
건축 콘셉트의 바탕이 된 사용자 분석
제주도의 넘쳐나는 숙소 사이에서 새로운 숙소를 지을 때, 여행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설계가 곧 경쟁력을 높이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제주도에 오는지 먼저 파악해야 하겠죠. 제주도 관광객 중 내국인 재방문율은 70~80%에 달한다고 합니다(제주관광공사, 「2021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왜 그들은 이미 가봤음에도 여러 번 제주도를 찾는 걸까요? 우리가 내린 결론은 ‘망명’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쉬기 위해 제주도를 택하는 것입니다. 예상 고객의 니즈는 곧 건축 콘셉트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1700여 평에 이르는 전체 대지를 현명하게 나눠 쓰고자 여러 대안을 검토한 결과, 대지 가운데를 중심으로 건축하기로 했습니다. 건물은 숙소 성격-내외부 공간이 오밀조밀한 유형, 내외부 공간이 널찍널찍한 유형-에 따라 적절한 자리에 배치되었습니다.


“옛날처럼 한라산과 성산 일출봉을 패키지로 보고 오는 시대는 지났죠. 그럼 지금 제주에 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뭘까요. 저희가 내린 결론은 ‘망명’입니다. VT 하가이스케이프는 이미 제주도를 여러 번 가본 사람들, 그러나 또 다시 일상의 망명지로서 제주를 택한 이들을 위한 곳이에요.”
- ‘제주 속 다른 작은 제주… 혼자임을 느끼다’, 「한국일보」, 2018년 3월 14일


오밀조밀한 숙소
오롯이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콘셉트였기에 어떻게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내외부 공간이 오밀조밀한 숙소는 “벽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을 때” 안온하며 비로소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을 위한 곳입니다. 여행객은 미로같은 돌담을 따라 나만의 도피처로 들어가게 되죠. 침실, 거실, 마당, 노천탕 등 모든 공간이 잘게 나뉘어 위요감, 즉 벽으로 둘러싸인 아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붕이 있는 실내공간은 침실과 주방뿐이지만, 외부공간들 역시 천장이 열린 방으로 사용되기를 원했다. 내리는 눈을 맞으며 목욕을 하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돌담 옆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방들을 계획했다.”
- 피그건축사사무소,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쉴 수 있는 집, 제주 VT 하가이스케이프', 「전원속의 내집」






“작은 스케일의 지붕과 제주석 담장(울담)에 의한 건축의 짜임이 강력하다.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첫 번째 건축물에 들어서게 된다. 한길에서 올레를 따라 올레목을 거쳐 현관에 이르는 일련의 시퀀스가 흡사 길 건너의 하가리 마을과 유사하다.”
- 양건(가우건축사사무소 대표), ‘VT 하가이스케이프: 정주와 유목 사이 시대적 표상’, 「SPACE(공간)」 602호, 2018년 1월


널찍널찍한 숙소
내외부 공간이 널찍널찍한 숙소는 마치 나 혼자 지구에 뚝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내부는 그 어떤 구획없이 트여있고, 외부에는 900평의 드넓은 들판과 그너머 바다가 펼쳐져 있죠. 도로에 접하지 않은 맹지는 오히려 프라이빗한 마당으로 활용되었습니다. “광활한 공간이 펼쳐지고 거기 아무도 없다는 걸 눈으로 확인해야 비로소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을 위해서요.




"C동은 마을을 등진 채 북쪽 앞마당과 마주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농지는 이곳에 자기 혼자뿐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준다. 현관부터 주방, 식당, 거실, 침실이 일직선으로 배치된 평면은 전면창으로 인해 드라마틱한 입면을 완성한다."
- '제주 속 다른 작은 제주… 혼자임을 느끼다', 「한국일보」, 2018년 3월 14일



"넓은 공터와 원경의 바다 조망을 차지하고 앉았다. (...) 오픈플랜에 걸맞게 전면을 최대한 개방하고 구조를 창호 프레임에 숨기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 양건(가우건축사사무소 대표), 'VT 하가이스케이프: 정주와 유목 사이 시대적 표상', 「SPACE(공간)」 602호, 2018년 1월




위치
용도
공사유형
대지면적
연면적
규모
업무범위
공동설계
설계기간
공사기간
사진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단독주택, 제1종 근린생활시설
신축
1,649㎡
400㎡
지상 1층
설계, 감리
에그플랜트팩토리
2015. 08 ~ 2016. 03
2016. 05 ~ 2017. 06
이승희, 에그플랜트팩토리, 피그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