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어 보이는 건물
"우리가 나름 업계에서는 선두주자인데, 회사 건물이 이러니 직원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빌딩처럼 있어 보이게 지어주세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건축주께서 특별히 당부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도심지 내 이형의 대지는 기능과 법규의 퍼즐을 맞추며 볼륨이 결정됩니다. 물류 창고와 실험실로 쓰일 1~3층은 화물 입반출과 실험장비를 고려해 층고를 5.5m로, 사무 공간인 4~5층은 층고를 4.4m로 잡았습니다. 좁고 긴 대지에 높은 공간을 쌓아 올리니 일반적인 5층 건물과 달리 길쭉한 비례의 매스가 만들어졌습니다. '빌딩'처럼 있어보이는 건물의 출발점이 만들어진 셈이죠.

기능과 맥락에 대응하는 외피
삼형전자 사옥은 구로구 고척동의 큰 도로에서 한 칸 안쪽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건폐율과 용적률이 높은 지역이어서 주변에는 큰 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복잡한 도심지에서 건물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 멀리 교차로에서는 건물의 상부가 보이고, 대로변에서는 높고 낮은 주변 건물들 사이로 측면이 겨우 노출되고, 가까이 다가와서는 길에 면한 건물의 일부분만 보이는 식입니다.



우리는 이런 도시의 틈새에 대응하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먼저 건물의 외피를 네 가지 유형(A-보여주는 창, B-걸러주는 창, C-음영을 만드는 패널, D-단정한 패널)으로 구분하고, 주변 상황과 내부 공간에 맞게 조합해서 외관을 만들었습니다. 각 유형별로 투명한지(A) 아닌지(B), 굴곡이 있는지(C) 평평한지(D)가 다르지만, 각각의 입면 요소는 가로 세로의 길이를 각각 1100mm로 맞췄기 때문에 전체가 하나의 외피 시스템으로 통합됩니다.




주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에는 유리 커튼월 방식의 외피(A, B)를 적용했습니다. 유리면에서 100mm 튀어나온 수평 루버와 수직 핀의 두께를 각각 20mm와 3mm로 달리하여 길이가 변하는 수평라인을 강조해 입면에 리듬감을 주었습니다


물건을 적재하는 공간은 굳이 투명할 필요가 없으니 두 가지 솔리드 패널(C, D)로 마감했습니다. 절곡 패널과 수평 부재로 마감한 외피(C)는 시간에 따라 그림자가 달라지며 입면의 깊이감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또 내부 공간의 필요에 따라 개폐창을 내야 할 때에도 패널과 같은 크기와 각도로 설치해서 입면의 통일성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파사드에 사용할 창문과 외벽을 네 가지 종류로 디자인해서 틈새의 특성에 맞춰 사용했다. 예를 들어 건물이 크게 드러나는 정면 시점에는 유리창을 사용하고, 건물 사이로 좁게 드러나는 측면 시점에는 디테일을 추가한 패널벽을 사용하는 식이다. 파사드 재료의 기본 크기를 일정하게 정해두고 디자인 모티브를 변주하여 각 틈새에 대응하는 파사드를 만들었다."
- 조성익(홍익대학교 교수), '맥락에서 온 오브제건축', 「SPACE(공간)」 665호, 2023년 4월


공간 경험이 주는 자부심
직원들이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만나는 다양한 공간 경험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복지혜택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하루의 1/3 이상을 지내는 환경을 독특하고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공간 복지입니다.
도시의 틈새에 대응해서 만들어낸 아이덴티티를 갖는 외관에 더해서, 투명 유리(A)와 실크스크린 유리(B)를 대비시켜 저 멀리 교차로에서부터 스카이 로비의 투명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출근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회사의 모습입니다.


대지가 좁기 때문에 1층에 주차장과 물류 창고를 만들고 나면, 그럴싸한 로비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직원들이 지게차와 화물차들을 피해 다니면서 출근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번듯한 오피스로 출근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출근 동선이 주차장과 겹치지 않도록 코어를 최대한 도로변으로 바짝 붙이고 1층 엘리베이터 홀에는 작은 정원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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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업무 공간인 4층에 내리면 1층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밝고 시원한 로비를 만나게 됩니다. 고척 스카이돔을 바라보며 그날 할 일을 정리하고 5층 라운지에 있는 동료와 인사하는, 업무가 시작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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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층고의 사무실에는 실크스크린 유리 커튼월(B)을 설치해 주변의 불편한 시선은 거르고 채광은 충분히 들어오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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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공간 안쪽으로는 4-5층을 연결하는 내부 계단을 만들고, 소통과 휴식을 위한 보이드 공간을 두었습니다.

“업무 환경에 대한 직원 만족도가 회사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근무 만족도가 연봉과 회사 브랜드에 치중되어 있던 과거와 달리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일하기 좋은 기업의 조건, 이제는 업무시설의 완성도까지 따져야’, 「파이낸셜뉴스」, 2020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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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용도
공사유형
대지면적
연면적
규모
업무범위
설계기간
공사기간
사진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공장
신축
627㎡
1,648㎡
지상 5층, 지하 1층
설계, 감리
2019. 12 ~ 2020. 06
2020. 07 ~ 2021. 12
노경